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머니와 딸. 검진과 진료 중 무엇이 먼저인지 이야기하는 장면

명절에 어머니를 뵀습니다. 요즘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속이 더부룩하고, 조금만 드셔도 오래 남아 있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기운도 예전 같지 않고, 가끔 앉았다 일어설 때 핑 도는 느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병원에 가보시라고 했습니다. 돌아온 답이 이랬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야. 나이 들면 다 그래.” “어차피 검진 받을 때 되면 다 나올 텐데 뭐.”

이 대화가 몇 달 간격으로 반복됐습니다. 저도 매번 물러섰습니다. 딱히 어디가 아프다고 하시는 것도 아니고, 검진 받으실 때 보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알아보고 나서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검진과 진료는 서로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검진은 증상 없는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건강검진의 목적은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서 병을 미리 찾아내는 것입니다. 아직 아무 신호가 없는 단계에서 걸러내자는 취지입니다.

반면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 증상의 원인을 찾는 진료입니다.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그러니까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검진을 기다리는 건 순서가 뒤바뀐 겁니다. 어머니는 이미 증상을 말씀하고 계셨는데, 저는 증상 없는 사람을 위한 절차를 기다리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 구분이 실제로 왜 중요한가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는데, 결과가 꽤 다릅니다.

첫째, 검진은 항목이 정해져 있습니다. 어머니 증상과 상관없는 항목만 잔뜩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일반건강검진에 소화불량의 원인을 찾는 검사나 어지럼증의 원인을 가리는 검사는 없습니다. 반면 진료는 증상에 맞춰 무엇을 볼지 정합니다.

둘째, 시점을 내가 정할 수 없습니다. 국가검진은 대상 연도가 정해져 있어서 올해 대상이 아니면 기다려야 합니다. 증상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셋째, 이게 가장 중요한데, 검진 결과가 오히려 안심시킬 수 있습니다. 증상이 있는 채로 검진을 받고 “이상 없음”이 나오면 대부분 마음을 놓습니다. 그런데 그 검진에는 애초에 그 증상을 볼 수 있는 항목이 없었을 수 있습니다. 없는 걸 안 찾았을 뿐인데 없다고 확인받았다고 여기게 되는 겁니다. 그 상태로 몇 달이 더 갑니다.

증상이 있으면 진료가 먼저입니다. 검진은 그다음이거나, 별개로 챙기는 일입니다.


미루지 말아야 할 신호들

어르신들이 “나이 탓”으로 넘기시는 것 중에 그러면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래에 해당하면 검진 일정을 보고 계실 일이 아닙니다.

  •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 체중이 빠짐
  •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걸리는 느낌이 생김
  • 검은 변이나 피가 섞인 변
  • 밤에 자다가 깰 정도의 통증
  • 예전보다 숨이 더 차서 하던 활동을 못 하게 됨
  • 열이 원인 없이 오래 감

그리고 다음은 진료가 아니라 즉시 119입니다.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한쪽이 안 보이는 경우입니다. 뇌졸중은 시간이 결과를 바꿉니다. “좀 지켜보자”가 가장 위험한 대응입니다.

어머니 증상 중에 앉았다 일어설 때 어지럽다는 것이 있었는데, 이건 흔한 일이기도 하지만 드시는 약과 관계있는 경우도 있어서 진료 때 말씀드릴 거리였습니다. 이런 건 검진에서는 나올 수가 없습니다. 물어보는 항목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가검진은 무엇을 해주나

진료를 먼저 보시게 하되, 검진도 따로 챙기는 게 맞습니다. 부모님 연령대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아두면 중복해서 돈 쓸 일이 줄어듭니다.

기본 항목은 진찰, 혈압, 신장·체중·허리둘레, 시력·청력, 혈액검사(빈혈·혈당·콜레스테롤·간기능·신장기능), 소변검사, 흉부 X선입니다. 여기에 연령별로 다음이 붙습니다.

나이추가되는 항목
40세B형간염 표면항원·표면항체, 치면세균막검사
54·60·66세 (여성)골밀도검사
56세C형간염 항체검사
56·66세폐기능검사
66세 이상인지기능장애검사 (2년마다)
66·70·80세노인신체기능검사 (낙상 위험 평가)
40·50·60·70세생활습관평가
60대·70대우울증 선별검사 (해당 연령대에 1회)

66세 항목이 특히 챙길 만합니다. 인지기능과 낙상 위험은 자식들이 옆에서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인데, 여기서 한 번 걸러줍니다.

암검진은 별도입니다.

암종대상주기방법
위암40세 이상2년위내시경
대장암50세 이상1년분변잠혈검사 (이상 시 대장내시경)
간암40세 이상 고위험군6개월간초음파 + 혈액검사
유방암40세 이상 여성2년유방촬영
자궁경부암20세 이상 여성2년자궁경부세포검사
폐암54~74세 고위험군2년저선량 흉부 CT

간암 고위험군은 간경변증이 있거나 B형·C형 간염 바이러스 항원 또는 항체가 양성인 분들이고, 폐암 고위험군은 30갑년 이상 흡연력이 있는 분들입니다. 부모님이 여기 해당하는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 검진 결과 읽기
B형간염 표면항체 "약양성" 21.31, 이 숫자를 어떻게 읽나
부모님 결과지에서 B형간염 줄을 봤다면. 표면항체 수치의 기준선과, 정작 확인해야 할 표면항원 줄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결과지 읽는 법 보기 →

종합검진을 따로 받아야 할까

국가검진에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장내시경(국가검진은 분변잠혈검사가 먼저입니다), 복부 초음파, 경동맥 초음파, 심장 관련 검사, 뇌 영상 같은 것들입니다.

다만 비싼 패키지일수록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종합검진의 값어치는 가족력과 지금 걱정되는 부분에 맞춰 항목을 고를 때 나옵니다. 부모님 형제 중에 어떤 병이 있었는지, 지금 어떤 증상이 있는지를 정리해서 상담하고 항목을 조정하는 편이 패키지 등급을 올리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면,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종합검진으로 대신하려는 것도 같은 실수입니다. 종합검진 역시 증상 없는 사람을 폭넓게 훑는 도구입니다.


부모님 검진 챙길 때 알아두면 좋은 것

몇 가지는 미리 준비해두면 확실히 수월합니다.

대상자인지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나 앱에서 조회됩니다. 매년 대상이 아니라 해가 정해져 있어서, 대상 연도인데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드시는 약을 목록으로 정리해 가시기 바랍니다. 이름을 정확히 모르면 약봉투나 처방전을 사진으로 찍어 가면 됩니다. 어지럼증이나 피로감처럼 애매한 증상은 약과 관련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문진표를 대신 작성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자식이 옆에서 대신 답하면 실제와 다르게 적히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술·담배, 통증, 우울감 항목이 그렇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인이 답하시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결과지는 같이 보시기 바랍니다. 받아서 서랍에 넣어두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재검이나 추가 검사 안내가 있어도 그냥 지나갑니다.


정리

제가 정리한 순서는 이렇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진료가 먼저입니다. 검진은 증상 없는 사람을 위한 절차라 애초에 역할이 다릅니다.

검진은 따로 챙깁니다. 대상 연도인지 확인하고, 연령별 추가 항목과 암검진 대상 여부를 같이 봅니다.

그리고 “나이 들면 다 그래”라는 말이 나오면,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사람은 저희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려고 합니다. 체중이 빠지거나, 삼키기 어렵거나, 변에 피가 비치는 건 나이 탓이 아닙니다.

출처

  1. 보건복지부 「건강검진」 정책 안내
  2. 국립암센터 「국가암검진사업」
  3.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대상자 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