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검진 결과지를 받고 작년 것을 꺼내 나란히 놓아봤습니다.
| 항목 | 작년 | 올해 |
|---|---|---|
| ALT (SGPT) | 40 | 71 |
| γ-GTP | 53 | 64 |
작년 결과지에는 아무 표시가 없었습니다. 참고치가 40 이하였으니 딱 걸쳐서 정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올해는 71입니다. 1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습니다.
처음엔 71이라는 숫자에만 눈이 갔습니다. 그런데 알아보고 나니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작년 40도 이미 그냥 넘길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ALT는 무엇을 보는 검사인가
ALT는 간세포 안에 들어 있는 효소입니다. 간세포가 손상되면 이 효소가 혈액으로 새어 나옵니다. 혈액에서 많이 검출된다는 건 간세포가 지금 깨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같이 찍히는 AST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AST는 간뿐 아니라 심장과 근육에도 있어서 격한 운동만으로도 오릅니다. ALT는 간에 더 특이적입니다. 그래서 간 문제를 볼 때 ALT를 더 신뢰합니다.
기준 40이라는 숫자의 정체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먼저 참고범위는 검사기관마다 다릅니다. 어떤 곳은 남성 0~41, 여성 0~33으로 쓰고, 어떤 곳은 일괄 40 이하로 씁니다. 다른 병원 결과지와 숫자만 비교하면 어긋납니다.
더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흔히 쓰는 상한 40은 1980년대에 A형·B형 바이러스 간염 환자를 기준으로 잡힌 숫자입니다. 그 시절엔 간 질환이라 하면 바이러스 간염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가장 흔한 간 질환은 지방간인데, 지방간은 ALT가 크게 오르지 않아도 조용히 진행됩니다. 그래서 40이라는 선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미국소화기학회는 2017년 지침에서 남성 29~33, 여성 19~25를 넘으면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제시했습니다. 국내에서도 14만 2천 명을 추적한 코호트 연구에서 정상 상한치가 남성 30, 여성 19로 나왔습니다.
이 기준으로 작년 결과지를 다시 봅니다.
40이었습니다. 남성 기준 30을 이미 넘어 있었습니다.
결과지에 아무 표시가 없었던 건 그 기관이 40이라는 선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지, 제 간이 괜찮았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표시를 보고 안심했습니다.
그래서 봐야 할 건 한 해 값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71이 얼마나 심각한 수치인지부터 정확하게 적겠습니다.
급성 간염처럼 간세포가 대량으로 깨지는 상황에서는 ALT가 수백에서 수천까지 갑니다. 71은 그런 수준이 아닙니다. 경도 상승입니다. 당장 큰일이 나는 숫자는 아닙니다.
그런데 지방간의 전형적인 모습이 바로 이겁니다. 한 번에 나빠지지 않습니다. 경미하게 오른 수치가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올라갑니다. 매년 “조금 넘었네” 하고 넘어가게 되고, 어느 해엔가 눈에 띄게 올라 있습니다.
그러니 올해 값 하나만 보면 판단이 안 됩니다. 작년, 재작년 결과지를 꺼내 같은 항목을 나란히 놓아보시기 바랍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나 앱에서 지난 검진 결과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몇 년치를 한 줄로 세워보면 그래프가 그려집니다.
40에서 71은 그냥 “높다”가 아니라 올라가고 있는 중이라는 뜻입니다.
γ-GTP도 같이 올랐습니다
53에서 64로 올랐습니다. 참고범위를 남성 11~63으로 쓰는 기관 기준이면 작년엔 범위 안, 올해는 상한을 살짝 넘긴 셈입니다.
γ-GTP는 주로 음주와 담도 쪽 상태를 반영하는 항목입니다. ALT와 함께 올라 있으면 원인을 좁히는 데 단서가 됩니다.
다만 두 수치가 같이 움직였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여기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어느 쪽이 얼마나 올랐는지, AST는 어떤지, 초음파 소견이 있는지를 함께 놓고 봐야 하는 판단이고, 그건 진료실에서 할 일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두 항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진료 때 그대로 전달하는 것까지입니다.
40대에서 흔한 원인들
- 지방간 — 국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유병률이 약 30%로 추정됩니다. 앉아서 일하고 체중이 늘어난 40대라면 가장 먼저 떠올릴 원인입니다
- 음주 — γ-GTP가 같이 올라 있을 때 특히 확인이 필요합니다
- 약과 건강기능식품 — 아래에 따로 적겠습니다
- B형·C형 간염 — 같은 결과지의 간염바이러스 항목을 함께 봐야 합니다
- 검사 직전 상황 — 검진 며칠 전 과음이나 평소 안 하던 격렬한 운동도 영향을 줍니다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을 빠뜨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MSD 매뉴얼은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처방약과 일반의약품뿐 아니라 생약 제제와 건강보조식품을 함께 열거합니다. 녹차 추출물처럼 몸에 좋을 것 같은 성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단 과정에 대해서도 복용 중인 것을 확인하고 중단 후 수치가 떨어지는지를 본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니 진료 때 드시는 것을 하나도 빠뜨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처방약, 약국에서 산 약, 영양제, 건강기능식품, 한약, 단백질 보충제까지 전부입니다. “이건 약이 아니니까”라고 빼면 원인을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같은 결과지에서 함께 볼 항목
| 항목 | 무엇을 보나 |
|---|---|
| AST | ALT와의 관계. 어느 쪽이 더 높은지가 단서가 됩니다 |
| γ-GTP | 음주와 담도 쪽 |
| ALP, 빌리루빈 | 담즙이 흐르는 길에 문제가 있는지 |
| B형·C형 간염 표지자 | 바이러스성 원인 여부 |
| 혈소판 | 간이 오래 나빠지면 떨어질 수 있습니다 |
| 복부 초음파 소견 | 지방간 여부를 눈으로 확인 |
간염 표지자는 같은 검사 묶음에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B형간염 항목을 어떻게 읽는지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나
재검이 먼저입니다. 간수치는 변동이 있어서 한 번 값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진료를 보고 재검 시점을 정하시면 됩니다.
재검 전까지 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술을 끊거나 줄이고, 드시는 약과 영양제를 목록으로 정리하고, 재검 직전에 평소 안 하던 격렬한 운동은 피하는 것입니다. 조건을 정리하고 다시 재면 원인을 좁히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지방간이 원인으로 확인되면 현재 승인된 치료제는 없고 체중 감량과 생활습관 개선이 핵심 치료입니다. 약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경우는 기다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 눈 흰자나 피부가 노랗게 보임
- 소변이 진한 갈색으로 나옴
- 평소와 다른 심한 피로감, 식욕 저하, 메스꺼움
- 오른쪽 윗배가 지속적으로 불편함
이런 증상이 함께 있다면 재검 일정을 잡을 일이 아니라 바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정리
작년 결과지에는 아무 표시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걸 “괜찮다”로 읽었습니다.
결과지의 참고범위는 “이 선만 안 넘으면 괜찮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선이 언제, 무엇을 기준으로 그어졌는지에 따라 같은 숫자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선을 넘었는지보다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가 더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간수치가 조금 높게 나오셨다면, 넘긴 폭을 보기 전에 작년 결과지부터 꺼내보시기 바랍니다. 숫자 하나는 점이지만, 두 개는 선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