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후 사무실 건물 주변을 걷는 직장인

공복혈당이 83에서 98로, 당화혈색소가 5.3에서 5.5로 올랐다는 글을 앞서 썼습니다. 둘 다 정상 범위인데 방향이 한쪽이었습니다.

🩺 검진 결과 읽기
공복혈당 98, 당화혈색소 5.5: 둘 다 정상인데 1년 만에 둘 다 올랐습니다
두 검사가 각각 무엇을 보는지, 왜 둘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을 그냥 넘기면 안 되는지 정리했습니다.
수치 읽는 법 보기 →

그래서 권고 사항을 찾아봤습니다. 이렇게 나왔습니다.

  • 6개월 안에 체중 5% 감량
  • 주 150분 이상 중등도 운동
  • 지방 섭취는 전체 열량의 25~30% 이하

읽고 나서 솔직히 막막했습니다. 특히 주 150분이 그랬습니다. 하루 30분씩 주 5일인데, 그 30분을 어디서 빼내야 하는지 답이 안 나왔습니다. 퇴근하면 저녁 먹고 씻고 나면 하루가 끝나 있습니다.

그러다 계산을 다르게 해봤습니다.


하루 세 번, 밥 먹고 10분

10분 × 하루 세 끼 × 7일 = 주 210분입니다.

권고인 150분을 넘깁니다. 그리고 새로 만들어낸 시간은 0분입니다. 어차피 하루 세 번 밥은 먹으니까요.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이게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왜 하필 식후인지, 어떻게 끼워넣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왜 하필 식후인가

밥을 먹으면 소화된 포도당이 혈액으로 들어옵니다. 이때 혈당이 올라갑니다. 정상적인 일입니다.

여기서 몸을 움직이면 근육이 그 포도당을 에너지로 가져다 씁니다. 그러면 혈액에 남는 양이 줄어듭니다.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운동 중에는 인슐린이 충분하지 않아도 근육이 포도당을 흡수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립니다. 인슐린이 하는 일을 근육이 대신 해주는 셈입니다. 혈당 관리에서 운동이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전문의들이 설명하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포도당이 혈액으로 올라오는 구간이 식후 15분에서 1시간 사이입니다. 그 구간에 움직이면 올라온 포도당을 바로 소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식후 30분 안에 시작하는 것이 좋고, 한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절반쯤으로 줄어듭니다.

같은 30분을 걷더라도 아침 공복에 걷는 것과 밥 먹고 걷는 것은 혈당 측면에서 값어치가 다릅니다.


얼마나 빨리 걸어야 하나

이 부분에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대화가 가능한 정도로 천천히 걸어도 됩니다. 빠를수록 효과는 좋지만, 숨이 턱까지 차게 걸을 필요는 없습니다. 식후에 무리하면 속이 불편하기도 하고요.

전문의들이 강조하는 건 강도보다 타이밍입니다. 느리게라도 식후에 움직이는 쪽이, 빠르게 걷되 세 시간 뒤에 나가는 것보다 낫습니다.

걷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안도 있습니다. 서 있기, 제자리걸음, 설거지처럼 가벼운 집안일, 스쿼트, 까치발 들기 같은 것도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식후에 바로 눕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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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하루에 끼워넣기

말은 쉬운데 실제로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제가 짜본 방식입니다.

아침. 이게 제일 어렵습니다. 아침을 먹고 바로 나가시는 분이라면 출근길 자체가 식후 10분이 됩니다. 한 정거장 먼저 내리거나, 지하철역까지 걷는 길을 조금 돌아가면 됩니다. 아침을 안 드신다면 이 칸은 비워두고 나머지 두 번으로 채우시면 됩니다.

점심. 여기가 제일 확실합니다. 밥 먹고 바로 자리에 앉지 않는 것만 지키면 됩니다. 커피를 사러 가되 가까운 데 말고 조금 먼 데로 가거나, 사무실 들어가기 전에 건물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정도입니다. 동료와 같이 하면 훨씬 잘 지켜집니다.

저녁. 밥 먹고 소파에 앉는 대신 설거지를 하고 그대로 나가 동네를 한 바퀴 도는 흐름입니다. 설거지 자체도 몸을 움직이는 일이라 그 사이에 이미 시간이 지나갑니다.

재택 근무를 하시면 오히려 쉽습니다. 점심 먹고 책상에 다시 앉기 전에 10분을 확보하기가 사무실보다 편합니다.

세 번을 다 채우지 못하는 날도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하면 안 한 것보다 낫습니다. 완벽하게 지키는 것보다 점심 한 번만이라도 습관으로 굳히는 것이 오래갑니다.


먹는 것은 세 가지만

식단 이야기는 끝이 없어서 지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세 가지로 줄였습니다.

탄수화물의 질을 바꾸기. 양을 확 줄이라는 게 아닙니다. 탄수화물은 전체 열량의 55~65% 정도가 권고됩니다. 다만 같은 양이라면 흰밥보다 현미나 잡곡, 흰빵보다 통밀 쪽이 혈당이 천천히 오릅니다. 매 끼니 바꾸기 어려우면 집에서 먹는 밥만 잡곡으로 바꾸셔도 됩니다.

식이섬유를 먼저 채우기. 식이섬유는 음식물이 장으로 흡수되는 속도를 늦춰서 혈당이 급하게 오르는 것을 막아줍니다. 채소, 해조류, 잡곡이 여기 해당합니다. 반찬으로 채소가 먼저 들어가면 그 뒤에 먹는 밥의 흡수 속도가 달라집니다.

거르지 않기. 이게 의외로 중요합니다. 제때 먹지 못하면 다음 끼니에 과식이나 폭식을 하게 되고, 그게 체중으로 이어집니다. 바쁘다고 점심을 건너뛰면 저녁에 두 배로 돌아옵니다.

줄이면 좋은 것은 설탕, 과자, 가당 음료, 과일주스입니다. 과일주스는 헷갈리기 쉬운데, 생과일은 괜찮고 주스는 다릅니다. 갈거나 짜는 과정에서 식이섬유가 빠지고 당만 남기 때문입니다.


체중 5%라는 숫자

80kg이면 4kg, 70kg이면 3.5kg입니다.

처음 봤을 때 “이거밖에 안 빼도 되나” 싶었습니다. 다이어트 이야기에서는 보통 10kg 단위가 나오니까요.

이 목표가 낮게 잡힌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5% 정도에서 이미 대사 지표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무엇보다 6개월 동안 지킬 수 있는 크기이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크게 잡으면 두 달쯤 하다 놓고, 놓으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그 왕복을 몇 번 하는 것보다 4kg을 빼고 유지하는 쪽이 낫습니다.

권고에 “감량 후 유지”까지 들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빼는 것보다 유지가 어렵습니다.


이걸 다 하면 얼마나 달라지나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당뇨병 진행을 58% 억제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 전단계에서 매년 8% 정도가 당뇨병으로 넘어가는데, 그 흐름을 절반 넘게 꺾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약이 아니라 걷기와 식사로 나온 숫자입니다. 그래서 어떤 치료보다 먼저 이쪽이 권고됩니다.


정리

밥 먹고 10분, 하루 세 번. 주 210분이 되고, 권고 150분을 넘깁니다. 새로 만들 시간은 없습니다.

식후 30분 안에 시작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강도보다 타이밍입니다.

먹는 것은 세 가지. 탄수화물의 질, 식이섬유 먼저, 거르지 않기.

체중은 6개월에 5%. 크게 잡지 않는 것이 요령입니다.

그리고 결과는 내년 검진의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로 나옵니다. 지금 시작하면 두세 달 뒤부터 당화혈색소에 반영되기 시작합니다. 1년이면 충분한 시간입니다.

출처

  1. 질병관리청 「당뇨병 전단계」 이달의 건강정보 (체중 5%, 주 150분, 지방 25~30%, 생활습관 개선 58% 억제)
  2.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당뇨환자의 식이요법」 (탄수화물 비율, 식이섬유, 규칙적 식사)
  3. 하이닥 「식후 걷기, 30분 안에 시작해야 효과」 (전문의 인터뷰, 식후 운동 타이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