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혈당 98, 당화혈색소 5.5가 적힌 건강검진 결과지를 작년 것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모습

간수치를 비교하려고 작년 검진 결과지를 꺼냈다가 다른 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항목작년올해정상 기준
공복혈당8398100 mg/dL 미만
당화혈색소5.35.55.7% 미만

둘 다 정상입니다. 결과지에 아무 표시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란히 놓고 보니 두 가지가 걸렸습니다. 1년 사이에 둘 다 올랐고, 둘 다 기준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공복혈당은 2, 당화혈색소는 0.2입니다.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 정상수치는 어디까지인가

불안하게 만들 생각은 없으니 기준부터 정확히 놓겠습니다.

구분공복혈당당화혈색소
정상100 mg/dL 미만5.7% 미만
당뇨병 전단계100~125 mg/dL5.7~6.4%
당뇨병126 mg/dL 이상6.5% 이상

98은 100 미만, 5.5는 5.7 미만입니다. 둘 다 정상 범위 안입니다. 결과지에 표시가 없던 것도 맞습니다. 이 숫자들로 진단이 붙거나 약을 먹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다음 이야기가 남습니다.


두 검사는 서로 다른 것을 봅니다

당화혈색소(HbA1c)라는 이름이 낯설 수 있습니다. 저도 결과지에서 찾느라 한참 걸렸습니다.

공복혈당은 채혈한 그 순간의 혈당입니다. 8시간 이상 금식한 상태에서 잽니다. 오늘 아침 한 장면을 찍은 사진에 가깝습니다.

당화혈색소는 적혈구 속 혈색소에 포도당이 얼마나 달라붙어 있는지를 비율로 잰 것입니다. 적혈구 수명이 두세 달이라, 이 값은 최근 2~3개월의 평균 혈당을 반영합니다. 지난 계절의 요약본인 셈입니다. 단위가 %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결과지를 보실 때 헷갈리기 쉬운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혈색소”**라는 줄이 따로 있는데, 단위가 g/dL이고 빈혈을 보는 검사입니다. 당화혈색소와는 다른 항목입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이미 있는 줄 알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참고로 국가건강검진 기본 항목에는 공복혈당만 들어갑니다. 당화혈색소는 종합검진에 포함되거나 진료에서 따로 요청해야 보실 수 있습니다. 결과지에서 안 보이신다면 없는 게 정상입니다.


둘이 같이 올랐다는 것

여기가 제가 그냥 넘기지 못한 지점입니다.

공복혈당만 올랐다면 설명할 여지가 여럿 있습니다. 전날 저녁을 늦게 먹었거나, 금식 시간이 8시간이 안 됐거나, 전날 과음을 했거나, 잠을 설쳤거나. 공복혈당은 그날의 조건에 꽤 흔들리는 검사입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엔 그쪽을 먼저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당화혈색소도 같이 올랐습니다.

이 검사는 두세 달 평균을 봅니다. 검진 전날 무엇을 했는지로는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날 조건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재는 두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은 우연으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하나는 순간을 보고 하나는 계절을 보는데, 둘 다 작년보다 올라 있습니다.

그리고 속도를 보면 이렇습니다. 공복혈당은 15, 당화혈색소는 0.2가 올랐습니다. 지금 속도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두 항목 모두 내년에 기준선 안쪽에 머물러 있기 어렵습니다.

물론 추세가 직선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한 해 값 두 개로 기울기를 그리는 건 성급합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고, 방향이 분명할 때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아직 선을 넘지 않았다는 게 좋은 소식입니다

100을 넘으면 들어가게 되는 구간이 당뇨병 전단계입니다. 이 구간에 대해 알아두면 왜 지금이 중요한지가 분명해집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전단계 인구는 약 1,583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드문 상태가 아닙니다. 그리고 매년 전단계의 8% 정도가 당뇨병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면 넘어갑니다.

여기까지는 걱정되는 이야기인데, 같은 자료에 이런 내용이 함께 있습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당뇨병 진행을 58%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이 숫자가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합니다. 전단계는 “이미 늦었다”는 구간이 아니라 되돌릴 여지가 가장 큰 구간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거기에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손을 대기에 가장 수월한 자리에 있다는 뜻입니다. 결과지에 빨간 표시가 뜨고 나서 시작하는 것과, 표시가 없을 때 시작하는 것은 들이는 힘이 다릅니다.


간수치도 같이 올랐다면

제 경우 같은 해에 간수치도 올랐습니다. ALT가 40에서 71로, γ-GTP가 53에서 64로 올랐습니다.

처음엔 따로 봤습니다. 간은 간이고 혈당은 혈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은 생각보다 가깝게 붙어 있습니다. 대한간학회가 지방간질환의 정의를 개정하면서 과체중이나 당뇨병, 대사 이상과 함께 묶는 방향으로 바꿨을 정도입니다. 지방간과 혈당 상승이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입니다.

한 해에 간수치와 혈당 지표가 같이 올랐다면, 네 개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일 수 있습니다. 따로따로 걱정할 게 아니라 묶어서 보고, 진료에서도 함께 말씀드리는 편이 낫습니다.

🩺 검진 결과 읽기
간수치가 1년 만에 40에서 71로 올랐습니다
결과지에 표시가 없던 작년 ALT 40이 왜 이미 넘길 숫자가 아니었는지, 흔히 쓰는 상한 40이 어디서 온 기준인지 정리했습니다.
간수치 읽는 법 보기 →

그래서 무엇을 하나

당뇨병 전단계 관리로 권고되는 내용이 그대로 참고가 됩니다. 아직 전단계에 들어가지 않았어도 방향은 같습니다.

  • 체중 — 6개월 안에 5% 이상 감량하고 유지하는 것이 목표로 제시됩니다. 80kg이면 4kg입니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숫자이고, 이 정도로도 효과가 나타납니다
  • 운동 — 주 150분 이상의 중등도 이상입니다. 하루 30분씩 주 5일입니다. 숨이 약간 차되 대화는 가능한 정도면 중등도에 해당합니다
  • 식사 — 지방 섭취를 전체 열량의 25~30% 이하로 두도록 권고됩니다
🚶 걷기 운동 TIP
주 150분, 없던 시간 만들지 않고 채우는 법
밥 먹고 10분씩 하루 세 번이면 주 210분입니다. 왜 하필 식후인지, 사무직 하루에 어떻게 끼워넣는지 정리했습니다.
식후 10분 걷기 보기 →

그리고 내년 검진에서 이 두 항목을 같은 방식으로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당화혈색소가 기본 항목이 아니라면 종합검진에 포함된 것을 고르시거나 진료에서 요청하셔야 합니다. 점이 세 개가 되면 그때는 추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리

98도 정상이고 5.5도 정상입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작년 값과 나란히 놓는 순간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결과지 한 장은 점 하나를 보여주고, 두 장은 방향을 보여줍니다.

특히 서로 다른 것을 재는 두 검사가 같은 쪽으로 움직였다면, 그건 그날의 컨디션 이야기가 아닙니다.

검진 결과를 받으시면 올해 값이 기준선을 넘었는지만 보지 마시고, 작년 것을 꺼내 같은 항목을 옆에 놓아보시기 바랍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나 앱에서 지난 검진 결과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넘지 않았는데 올라가고 있다면, 그건 아직 늦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출처

  1.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당뇨병」 (진단 기준, 금식 요건)
  2. 질병관리청 「당뇨병 전단계」 이달의 건강정보 (유병 규모, 진행률, 생활습관 개선 효과, 관리 목표)
  3. 대한간학회 진료 가이드라인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대사 이상 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