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H, T3, Free T4가 나란히 적힌 건강검진 결과지의 갑상선 항목을 들여다보는 모습

검진 결과지 갑상선 항목에 세 줄이 있었습니다.

항목결과임상참고치
TSH1.77 µIU/mL0.35 ~ 5.5
T31.01 ng/mL0.80 ~ 2.00
Free T41.50 ng/dL0.89 ~ 1.76

셋 다 참고치 안이었습니다. 빨간 표시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가 궁금했습니다. 갑상선 하나 보는데 왜 검사가 세 개나 되는지, 그리고 이 세 개가 다 정상이면 갑상선은 이제 안 봐도 되는 건지.

알아보고 나서, 두 번째 질문의 답이 생각과 달랐습니다.


세 항목은 각각 다른 것을 봅니다

같은 갑상선 검사인데 보는 대상이 다릅니다.

**TSH(갑상선자극호르몬)**는 갑상선이 만드는 호르몬이 아닙니다. 뇌하수체가 갑상선에 보내는 지시입니다. “호르몬을 더 만들어라” 하고 신호를 보내는 쪽입니다.

T4는 갑상선이 실제로 만들어내는 주 호르몬입니다. 이 중 단백질에 붙어 있지 않고 실제로 일을 하는 형태만 따로 잰 것이 Free T4입니다.

T3는 갑상선이 분비하는 또 다른 호르몬입니다.

정리하면 TSH는 지시이고, T4와 T3는 결과물입니다. 지시와 결과물을 같이 봐야 어디가 어긋났는지 알 수 있어서 검사가 여러 개입니다.


숫자를 비교하기 전에 단위와 참고치부터 보세요

이건 제가 실제로 헷갈렸던 부분이라 따로 적습니다.

제 결과지의 T3는 1.01 ng/mL입니다. 그런데 검색해서 나온 어떤 자료는 T3 정상 범위를 98~180이라고 적고 있었습니다. 숫자가 백 배 차이라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단위가 달랐던 것입니다. 그 자료는 ng/dL를 쓰고 있었습니다. dL는 mL의 100배라서, 1.01 ng/mL와 101 ng/dL는 같은 값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참고치 자체도 기관마다 다릅니다. 제 T3를 두 기준에 각각 놓아보면 이렇게 됩니다.

어느 기준이냐T3 참고범위1.01의 위치
제 검진기관0.80 ~ 2.00 ng/mL바닥에서 0.21 위, 여유 있음
다른 기관 자료0.98 ~ 1.80 ng/mL바닥에서 0.03 위, 아슬아슬함

같은 숫자인데 한쪽에서는 편안하고 한쪽에서는 턱걸이로 보입니다. 제 몸은 그대로인데 비교 대상이 달랐을 뿐입니다.

참고치는 성별, 나이, 임신 여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그러니 인터넷에서 본 범위나 다른 병원 결과지와 내 숫자를 그냥 비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비교 대상은 항상 내 결과지에 같이 인쇄된 임상참고치입니다. 대부분의 결과지는 결과값 옆이나 아래에 그 범위를 적어둡니다.


TSH를 먼저 보는 이유

그럼 범위 안에서도 위쪽이냐 아래쪽이냐가 중요할까요. 대체로 그렇지 않습니다. 이유는 TSH의 역할에 있습니다.

검진이나 진료에서는 보통 TSH를 먼저 재고, 거기서 이상이 보이면 나머지를 확인하는 순서로 갑니다.

되먹임 구조 때문입니다. 갑상선 호르몬이 조금 모자라면 뇌하수체가 “더 만들어라”라며 지시를 세게 보냅니다. 그러면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눈에 띄게 변하기 전에 TSH가 먼저 크게 움직입니다.

온도조절기와 비슷합니다. 방이 살짝 식었을 때 온도계 숫자보다 보일러 작동 소리가 먼저 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TSH가 그 보일러 소리 쪽입니다.

그래서 TSH가 가장 민감한 선별 지표입니다.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항목이 TSH 하나만 있는 경우가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TSH가 참고치 한가운데 있다면, 나머지 두 값이 범위 안 어디에 있든 갑상선이 평소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지시를 세게도 약하게도 보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세 개가 다 참고치 안이면 확인된 것

여기까지는 좋은 소식입니다. 세 항목이 모두 참고치 안이라면 갑상선이 호르몬을 적정한 양으로 만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일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두 질환의 증상은 이렇습니다.

기능저하증기능항진증
피로, 체중 증가불안, 체중 감소
피부 건조손 떨림
심박수 감소심박수 증가
추위를 많이 탐불면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서 수치도 벗어나 있으면 진료에서 확인할 일입니다.


그런데 확인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여기가 제가 몰랐던 부분입니다.

갑상선 기능검사는 **“갑상선이 얼마나 일하는가”**를 봅니다. **“갑상선이 어떻게 생겼는가”**는 보지 않습니다.

갑상선에 혹이 생기는 것을 결절이라고 합니다. 전 인구의 5% 내외에서 발견될 만큼 흔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양성 결절의 경우 갑상선 기능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즉 혹이 있어도 TSH, T3, Free T4는 멀쩡하게 나옵니다. 혈액검사 세 개가 다 정상이라는 것이 “갑상선에 아무것도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결절을 확인하는 검사는 혈액검사가 아니라 초음파입니다. 이 둘은 서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일반건강검진에는 갑상선 초음파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종합검진 항목에 포함되거나 따로 받으셔야 합니다.

그럼 다들 초음파를 받아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결절은 흔하고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전체 결절 중 암인 경우는 5% 정도입니다.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초음파를 일괄적으로 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음에 해당하면 진료에서 상담해보실 만합니다.

  • 목 앞쪽에 만져지는 덩어리가 있음
  • 목소리가 변했거나 쉰 상태가 이어짐
  • 음식을 삼킬 때 걸리는 느낌
  • 목이 한쪽으로 부어 보임
  • 가족 중에 갑상선암이 있었음

수치는 정상인데 피곤하다면

갑상선 검사를 받는 흔한 계기가 피로입니다.

그런데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면 오히려 혼란스러워집니다. 피곤한 건 그대로인데 원인을 못 찾은 셈이니까요.

이때 결과를 정확하게 읽으면 이렇습니다. “피곤할 이유가 없다”가 아니라 **“피로의 원인이 갑상선은 아니다”**까지입니다. 하나를 지운 것이고, 그것도 의미 있는 정보입니다.

피로의 원인은 갑상선 말고도 많습니다. 빈혈, 수면 부족이나 수면의 질, 간 기능, 혈당, 우울감, 복용 중인 약 같은 것들입니다. 같은 결과지에 있는 다른 항목들, 예를 들어 혈색소나 간수치, 공복혈당을 같이 보시면 단서가 나올 수 있습니다.

🩺 검진 결과 읽기
간수치가 1년 만에 40에서 71로 올랐습니다
피로의 원인을 찾을 때 같이 보게 되는 줄이 간수치입니다. 흔히 쓰는 상한 40이 어디서 온 기준인지, 작년 값과 나란히 놓으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정리했습니다.
간수치 읽는 법 보기 →
📋 함께 읽어보세요
공복혈당 98, 당화혈색소 5.5 — 둘 다 정상인데 둘 다 올랐습니다
이름이 비슷한 혈색소와 당화혈색소가 어떻게 다른지, 참고치 안에 있는 숫자를 작년 값과 같이 볼 때 무엇이 보이는지 정리했습니다.
혈당 두 항목 보기 →

정리

세 항목은 다른 것을 봅니다. TSH는 지시, T4와 T3는 결과물입니다.

단위와 참고치를 먼저 확인하세요. 1.01과 101이 같은 값일 수 있고, 같은 값도 어느 기준에 놓느냐에 따라 달라 보입니다.

TSH가 가장 민감합니다. 그래서 선별검사로 먼저 씁니다. TSH가 가운데 있으면 나머지 위치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기능검사와 초음파는 다른 것을 봅니다. 세 수치가 다 정상이어도 결절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반대로 결절이 있어도 수치는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검진 결과지를 볼 때 “이 검사가 무엇을 확인해 준 것인가”만큼 **“무엇은 확인해 주지 않았는가”**를 아는 것도 필요합니다. 정상이라는 표시는 그 검사가 본 범위 안에서의 정상입니다.

출처

  1. 서울아산병원 「갑상선 기능 검사(Thyroid Function Test)」 (TSH·T3·T4·Free T4 참고범위, 검사 순서, 기능이상 증상)
  2. 서울아산병원 「갑상선 결절(Thyroid nodule)」 질환백과 (유병률, 기능검사와의 관계, 악성 비율, 진단 방법)